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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쿄올림픽 불참 ... 文 정부 '제2의 평창' 기대 물거품 - 한국일보

2018년 2월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남북 단일팀 입장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뒤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오는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던 문재인 정부의 '도쿄 구상'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북일대화를 중개해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평양 시내 보통강 강변 주택건설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불참 결정 뒤늦은 공개... 北 의도는?

북한 체육성은 6일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올림픽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열린 총회에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불참을 결정하고도 열흘 이상 지나서야 관련 사실을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이다.

'코로나19 청정국'을 자처하는 북한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불참 사유는 '선수 보호'다. 그러나 남북 및 북미관계 등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적지 않게 담겨 있다는 해석이 많다. 북한의 불참 선언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대화에 관심이 없으니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고 혹평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의 연장선으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공개로 볼 수 있다. 올림픽 개막을 석 달 이상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굳이 불참을 선언할 이유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구상 차질에 당혹스러운 靑 '침묵'

북한의 참가를 견인해 '제2의 평창올림픽'을 재현하고자 했던 우리 정부로선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청와대는 2018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이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기가 1년여 남은 현 정부로선 남·북·미·일이 한자리에 모이는 도쿄올림픽은 다자 틀 안에서 북핵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최대 이벤트이자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정부와 달리 주변국들은 도쿄올림픽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한미 외교·안보장관(2+2) 회담과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는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였지만 도쿄올림픽은 깊이 다뤄지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도 평창올림픽 전과 달리 미국과 양자협상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로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가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이러한 고민의 방증이다. 다만 통일부는 "도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아쉽게 생각한다"며 "스포츠 분야를 비롯해, 남북 간 대화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北 '막판 번복' 가능성 시각도

북미관계 중재에 나서고자 했던 우리 정부로선 한반도 정세를 반전시킬 마땅한 카드가 없는 점이 문제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에 이어 지난해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는 교착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도쿄 구상' 무산에도 내년 2월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2022년 5월)를 3개월 앞둔 시점이라는 점이 한계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예고한 상황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걸 막거나 대북정책에서 한미 간 입장 차를 줄여가는 게 현재로선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올림픽 불참 결정을 이례적으로 체육성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점에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막판 번복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교부는 이날 "올림픽은 세계 평화의 제전인 만큼 앞으로 시간이 남아 있으며 북한이 참여하길 기대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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