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후보 발표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라
뉴욕타임스·인사이더 등 외신 폐쇄성 비판
“미국 감독·자본이 만든 아메리칸드림 영화
윤여정 후보 지명 안 한 것이 가장 큰 실수”
재미동포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대사의 영어 비율 때문에 작품상에 오르지 못한 점과 강력한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힌 윤여정이 후보 지명조차 받지 못한 걸 두고 골든글로브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3일(이하 현지시각) 공식 누리집을 통해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를 발표했다. <미나리>는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영화 <라 요로나>, 이탈리아 영화 <더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영화 <투 오브 어스>와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 얘기를 담은 정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로,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등이 출연했다. 브래드 핏의 제작사 ‘플랜비(B)’가 제작해, 지난해 2월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이후 여러 영화상에서 59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골든글로브에선 ‘대화의 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라는 규정 때문에 작품상 심사 대상에서 배제됐다. <미나리>에는 주로 한국어 대사가 나온다. 외신들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미나리>는 미국인 감독이 미국에서 촬영했고, 미국 회사가 자금을 지원해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이민자 가족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그런데도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경쟁해야만 한다. 최고의 상(작품상)을 노릴 수 없게 됐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바보같이 보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인사이더>도 “골든글로브 후보 명단에서 <미나리> 밑에 ‘미국’이라고 쓰여있어 훨씬 더 희극적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미국 내 여러 시상식에서 20관왕을 달성하며 호평받은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즈>는 “<미나리> 출연진은 후보 지명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특히 수십 개의 비평가단체상을 수상한 윤여정을 제외한 건 주최 쪽의 가장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엔터테인먼트>도 “더 큰 충격은 여우조연상에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여겨졌던 윤여정이 조디 포스터의 깜짝 지명을 위해 빠졌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해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감독상·각본상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 하나만 수상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선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트로피를 안으며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미나리>도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고 수상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익스플로어>는 “<기생충>이 1년 전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기록을 남긴 최초의 외국어영화라는 역사를 만들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골든글로브를 겨냥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오는 28일 열린다. 아카데미는 3월15일 후보를 발표하고, 4월25일 시상식을 개최한다. <미나리>는 3월3일 국내 개봉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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